번데기,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시간
🐛 번데기, 서울 그리고 아버지의 시간 “번데기... 먹어본 적 있어?”그날, 식탁 위에 오른 투박한 간식 하나가 아버지의 기억을 끌어냈다.입속에서 터지는 구수한 향 대신, 아버지의 말은 오래된 시골 냄새를 먼저 풀어놓았다. 아버지의 어린 날에는 누에가 있었다.시골집 안채, 장롱 위 나무 상자 속에서 누에가 꿈틀거렸다.하얗고 부드러운 몸체, 마치 눈썹 같은 선이 흐르고, 촘촘한 다리가 바지단을 스치면 간지러웠다.아버지는 그 생명을 싫어하지 않았다.오히려 조용히 숨을 쉬며 뽕잎을 우물거리는 누에에게 어떤 평온함을 느꼈다 했다.“그때 누에는 그냥, 방 한구석을 살아가는 이웃이었지.”학교 반마다 놓인 누에 상자는 살아있는 교과서였고, 아이들은 교복에 누에를 붙여오기도 했다.그 모습이 귀엽기도, 우스꽝..
2025.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