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오찬·만찬 한자어 표현 비판, 쉬운 말 쓰기 운동 등 언어 평등을 위한 가이드
📌 들어가며
우리는 왜 ‘조찬 회동’, ‘오찬 간담회’, ‘만찬 정상회담’ 같은 표현을 쓸까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확인하는 뉴스, SNS, 회사 메일함. 거기엔 어김없이 ‘조찬’, ‘오찬’, ‘만찬’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밥 먹는 시간을 가리키는 말인데, 언제부턴가 우리는 ‘아침밥’보다 ‘조찬’을, ‘점심밥’보다 ‘오찬’을, ‘저녁밥’보다 ‘만찬’을 더 자주 듣습니다. 이 ‘한자어 마케팅’은 과연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언어는 곧 사고라고 합니다. 어려운 말을 쓰면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필요한 거리감과 권위주의가 숨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찬·오찬·만찬 용어가 탄생한 배경부터,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또 그로 인한 문제점과 대안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조찬·오찬·만찬: 단어의 탄생과 의미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조찬(朝餐)’, ‘오찬(午餐)’, ‘만찬(晩餐)’은 모두 한자어입니다. ‘조(朝)’는 ‘아침’, ‘오(午)’는 ‘정오’, ‘만(晩)’은 ‘저녁’을, ‘찬(餐)’은 ‘밥’을 뜻하죠. 사실 이 말들은 순수 우리말인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을 대체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 조찬(朝餐) = 아침밥 ☀️ 주로 오전 시간에 열리는 공식 식사 모임에 사용
- 오찬(午餐) = 점심밥 🌤️ 낮 시간 회의나 간담회 명칭으로 활용
- 만찬(晩餐) = 저녁밥 🌙 중요 의전 식사, 정상회담 등 고위급 모임에서 선호
이처럼 간단한 개념이지만, ‘회의’·‘간담회’ 같은 공식 명칭과 결합되면서 마치 별도 전문 용어처럼 굳어졌습니다. ‘아침밥 회의’가 아니라 ‘조찬 회동’, ‘점심밥 간담회’ 대신 ‘오찬 간담회’를 쓰는 이유는 단지 ‘있어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결과일까요?
🏛️ 역사 속 한자 우대사상과 권위주의
1) 고려·조선시대: 한자의 뿌리
조선시대 성리학이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자는 학문과 행정의 핵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백성들은 한자를 배워야만 서적을 읽고,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죠. 이런 전통이 현대 한국어에도 영향을 미쳐 한자어가 자연스럽게 권위와 전문성의 상징으로 연결되었습니다.
2) 일제강점기: 언어의 왜곡
1910년대부터 일본은 조선어 표기를 일본어식 한자어 위주로 바꾸고, 순수 한국어 사용을 억압했습니다. 학교와 관공서에서 일본식 문체와 한자어 사용이 강화되면서, 우리말 고유 표현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3) 미군정·권위주의 정권: 이어진 ‘한자 패러다임’
광복 후 미군정은 기존 일본 관료 체계를 크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공식 문서와 보도는 여전히 한자어 위주였습니다.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 관료 사회에서는 ‘어렵게 말해야 고급스럽고, 간결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4) 2025년 6월 현재
- 2025년 6월 조선일보 보도: “대통령은 6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만찬 정상회담에서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표현은 곧 ‘저녁밥 회담’이지만, 공적 이미지를 부각합니다.
- “대통령은 6월 5일 국빈 만찬에서 양국 문화 교류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 연합뉴스, 2025년 6월 6일
이 문장들에서 ‘조찬 간담회’를 ‘아침 식사 모임’으로 '만찬'을 '저녁 모임'으로 바꿔도 의미는 동일하지만, 전달되는 위상과 경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조찬 간담회’ vs ‘아침밥 모임’: 언어의 격차
표현 | 시각적 이미지 | 뉘앙스 |
조찬 간담회 | 🏛️ 깔끔한 정장, 테이블 세팅 | 격식·권위·형식미 강조 |
아침밥 모임 | 🍞 토스트와 커피, 캐주얼 옷차림 | 친근·소탈·일상적 |
-포장된 격식: ‘조찬’ 표현은 공식성과 전문성을 부여하며, 청중에게 권위감을 심어줌
-일상으로의 회귀: ‘아침밥 모임’은 참여자 간의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지만, 언론은 잘 쓰지 않음
이 언어적 격차는 결국 ‘누가’ ‘어떻게’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 권력과 언어: 스스로 만든 노예 근성
1) 쉬운 말은 ‘교양 없음’?
많은 직장인이 ‘간단히’, ‘살짝’, ‘금방’ 같은 순수 우리말을 쓰면 ‘더 격식차리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결국 중요한 보고서나 발표 자료에는 한자어 표현이 숨어들어가죠.
2) 보고서 문화의 비극
-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 “검토해 보겠습니다” ➡️ “면밀히 검토하여 회신드리겠습니다”
이처럼 명료성을 잃은 채 길고 어려운 문장이 권위의 잣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3) 언어가 바꾼 사회관계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이 ‘우월’하다고 인식되는 순간, 대화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지위 과시에 그 목적을 둡니다.
🌱 쉬운 말 쓰기 운동과 변화의 흐름
1) 언론사 시도
- 2024년 JTBC: “오찬 간담회” 대신 “점심 대화”라는 표현 첫 도입
- 2025년 연합뉴스: 사설에서 “조찬 대신 아침식사” 순화를 제안
2) 공공기관 캠페인
- 서울시: “시민과의 오찬 간담회”를 “점심 대화의 시간”으로 변경
- 교육부: “만찬 정상회담”을 “저녁 만남”으로 표기 지침 제시
3) 기업·단체 참여
많은 스타트업과 비영리단체에서 ‘쉬운 말 쓰기’ 원칙을 도입하며,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순우리말과 쉬운 한글 표현을 권장합니다.
언어는 곧 사고입니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곧 사회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다지는 첫걸음입니다.
📝 맺음말
우리의 언어는 삶의 거울입니다. ‘조찬’, ‘오찬’, ‘만찬’이라는 단어가 지닌 불필요한 권위를 벗겨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진정한 소통을 시작합시다. 작은 단어 하나를 바꾸는 일부터 오늘 당장 시작해보세요! 🗣️✨
'지식의 정원-잡학과 박학의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아리는 어떻게 알 안에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을까? (2) | 2025.06.14 |
---|---|
단추는 왜 남녀 옷에 방향이 다를까? (1) | 2025.06.13 |
세계의 운전석 위치, 왜 나라마다 다를까? (5) | 2025.06.04 |
운동선수의 '고원현상'과 '슬럼프', 뭐가 다를까? (3) | 2025.06.03 |
선거와 투표, 뭐가 다를까? (3) | 202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