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의 복수, 고양이의 퇴장🐾
"길가다 까치한테 쫓기는 고양이, 본 적 있어요?"
출근길, 무심코 지나치던 남산 한옥마을의 골목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언제나처럼 평화로웠던 풍경 속에서 까치들이 미친 듯이 울어대던 아침, 그건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나무 아래 웅크리고 있었고, 그 위로는 까치 세 마리가 휘휘 날개를 퍼득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싸늘한 바람 사이로, 어제 그 나무 아래에서 보았던 까치의 검은 깃털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고양이와 까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남산 한옥마을은 도심 속에서도 고요한 시간을 품고 있는 곳입니다. 담벼락 따라 피어난 진달래꽃, 그 아래서 낮잠 자는 길고양이들, 그리고 전깃줄 위에 앉아 재잘대는 까치와 비둘기들. 서로 무심한 듯, 그러나 오래된 이웃처럼 곁을 내어주는 풍경입니다.
저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듯, 동물들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겠죠.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태양 아래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까치는 까치대로 하늘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제, 그 고요한 균형이 깨졌습니다. 진달래나무 아래 떨어진 까만 깃털 몇 조각. 거기엔 날개가 붙어 있었고, 그저 바람에 날려 떨어진 게 아니라는 걸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진 까치 한 마리.
그리고 오늘 아침, 그 나무 아래엔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까치 세 마리가 빙빙 돌며 날개를 크게 퍼덕이며 울어대던 순간, 마치 '이건 경고야'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침묵하는 고양이, 울부짖는 까치들
까치들의 울음은 경쾌하거나 리듬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호소처럼, 때론 분노처럼 들렸습니다. 어떤 울음은 슬펐고, 또 어떤 소리는 날카로웠습니다. 고양이는 위로 올려다보며 꼬리를 휘젓다,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그제서야 까치들의 울음은 멈추었고, 나는 겨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단지 먹잇감을 향한 본능의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아주 잠깐의 욕망이 부른 비극? 어쩌면 고양이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고, 까치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의 그 풍경은, 아무리 현실적 논리를 갖다 대도 마음 한켠에 묘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까치들의 그 울부짖음은 단순히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어제의 잃어버린 새 한 마리에 대한 이별이었고, 정의였고, 복수였습니다.
작은 생명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싸웁니다
인간은 종종 동물들을 감정 없는 존재로 간주하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까치들은 잃어버린 동료를 위해 소리를 질렀고, 함께 울었고,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는 그 모든 감정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그들의 세상에도 감정이 있습니다. 복수도, 슬픔도, 책임도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놓치고 살았던 감정들이, 그 조그만 진달래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피었다 지는 중이었습니다.
"깃털 몇 조각이 알려준 것 ― 감정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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